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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취재기자 : 권혁진(hdib@hyundaiilbo.com) 취재일 : 2017-09-12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나 싫어하는 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다. 주인 된 나로서 삶을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어떻게 살았느냐’인 것 같다.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설사 지금의 모습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을 했더라도 어떻게 열심히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러므로 삶의 주체인‘나’의 진로 결정은 존중하며 강요는 지향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나 삶의 주체로서 취미나 적성, 진로 선택의 조언은 필요한 일이지만 결정을 존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속담에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다. 될 수 없는 일은 바라지도 말라는 뜻이다.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업과 진로 문제에 대해 매우 예민하다.
학부모는 자녀가 좋은 성적으로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면서 짜증 석인 말로 공부해서 남 주나? 하는 말을 자주한다. 그러나 공부란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하여 줄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의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기를 원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삶의 주체인 자신의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시킬 수 없다. 흔히‘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말을 쓴다. 조선 시대의 양반들은 재물보다는 입신양명 즉 높은 관직에 올라 이름을 떨치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당시 평안 감사 자리가 그만큼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직업 선택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권력계열과 같은 맥락이다.
양녕대군은 태종의 맏아들로 세자로 책봉되어 왕통을 이어가야 할 팔자이다. 태종은 자신이 애써 이룩한 정치적 업적과 안정된 왕권을 장자로 이어나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태종이 막내인 충녕대군을 은근히 사랑하고 있어 왕위를 물려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다.
이에 양녕대군은 왕관을 마다하고 엄격한 궁중의 법도에 실증을 느낀 가운데 더욱 비행을 저지르며 풍류의 객으로 시와 술을 즐기며 살았다.
결국 신하들도 양녕대군이 왕이 될 수 없다고 폐위되었고, 둘째인 효령대군도 동생인 충녕대군이 왕이 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스님이 되어 궁궐을 떠났다. 이로써 왕위는 충녕대군의 학문과 자질을 높게 보고 왕위를 계승하게 된 바로 세종대왕이시다.
세종은 조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유교 정치와 찬란한 문화의 꽃을 이룩한 임금 중의 임금으로 후대 모범이 되는 성군으로 기록되었다.
바로 이러한 양녕대군의 왕관을 마다한 일을 두고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비유된 것 같다. 
중국의 주(周)나라 때 태왕(太王)이 맏아들 태백과 둘째 우중을 외면하고 셋째인 계력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태백과 우중 두 형제는 부왕의 뜻을 헤아려 삭발하고 왕위를 막내에게 사양하는 이야기도 고사에 등장하고 있다.
권력을 누리는 벼슬아치들이 꼭 한번은 해보고 싶어 하는 평안 감사도 사람에 따라서는 소가 닭 보듯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1936년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8세는 이혼 경력이 있는 유부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영국 왕실의 전통은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성을 왕비로서 자격이 없었고, 정부와 국민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왕의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퇴임 의사를 발표하면서 바로 영국을 떠났다. 왕위에서 물러난 에드워드 8세는 당시 마흔셋으로 왕위에 오른 지 11개월 만에 결국 부인 심프슨을 택하면서 왕관을 버리고 평범한 귀족으로 프랑스에서 생애를 보냈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왕관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유일한 왕으로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란 것이다.
톨스토이는 자기의 뜻에 충실하고 무엇이 좋고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의 마음뿐이라고 했다.
법률 스님은 자기감정을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 감정이란 습관에 의해 형성된 결과물일 뿐 습관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라 했다. 이처럼 내 인생의 주인은‘나’로서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의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인간은 나 자신의 인생에서 내가 주인이요,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현재 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인생의 주인답게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단 한 번 주어진 기회. 인생! 사람들은 저마다 잘살아 보려고 온갖 정성과 열정을 다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삶의 질에 대한 차이가 있다. 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눈높이를 능력에 맞추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물론 세상사는 모두 자기 뜻대로 되는 법은 없다. 최소한의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보람도 행복도 찾아오지 않겠는가? 내 인생은 내가 살고 내가 개척하는 것이 주인 된 사람의 도리이며 책임일 것이다.


◇ 필자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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