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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를 놓치지 않는 중심가치를 세우겠습니다”

- 捨名取實의 리더를 기다린다

취재기자 : 현대일보(hdib@hyundaiilbo.com) 취재일 : 2017-01-02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총체적 난국을 맞은 한 해였다.
분노한 국민들은 광화문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항쟁에 나섰다. 통치력 부재와 권력을 사유화해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마침내 국회 탄핵을 이끌어 냈지만 불안한 정치 형국 앞에 국민들은 더 치닫는 실망감에 젖어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질서 정연하게 행동한 항쟁에 대해 전 세계가 경이로운 시선을 보냈다. 이런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정의감과 정열을 보여 준것에 대해 부럽기까지 하다고 외신들은 반응하기도 했다.
촛불은 이제 탄핵 이후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이반에서 “합”으로의 변증법적 지양이 이제는 필요한 때다. 하지만 지양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개혁과 혁명이 오히려 퇴일보한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봐 왔다.
그 예를 보자면 몇년전 중동의 민중혁명들이 만들어 낸 비극적 난민 사태라든가 1979년 민주화 운동이 전두환의 무단통치로 이어진 사례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국면은 촛불 그 자체보다 더욱 중요하다. 촛불이 대통령의 파면만으로 마무리된다면 이후 사회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역사로 가득차 있다. 4.19혁명은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지만 보수 야당의 집권으로 이어졌고, 이마저도 헌법 질서를 유린한 군사 쿠테타로 막을 내렸다.
또 1987년 6월, 시민이 주도한 민주항쟁으로 군부 독재를 종식 시켰지만 대권에 눈이 먼 보수 야당은 분열했고, 5.18 광주학살을 주도한 이들의 재 집권으로 이어졌다.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린건 국민이었지만 국민은 어디에서건 배제돼 왔다. 이렇듯 국민들의 촛불항쟁이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만 그친다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역사가 반복 될 것이다.
국민은 이제 탄핵을 넘어 한국을 민주, 평화, 복지가 공존하는 사회로 개혁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부르짖고 있다.
지금 우리는 국가 시스템을 개조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나라가 이대로는 안된다는데 대해 모두가 동의한다. 변화를 바라는 열망은 보수와 진보, 청년과 장년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온 나라에 개혁 공감대가 형성됐던 예는 흔치 않다.
백만명의 광화문 촛불 항쟁을 바라 본 어느 외국 투자가는 18년전 외환위기때 금모으기 운동을 떠 올렸다고 했다. 외신들은 위기때마다 대동단결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또 다시 확인 했다고 기사화 하기도 했다.
변혁을 요구하는 국민 에너지는 그 때 못지 않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부패되고 낡은 제도와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할 때다.
다가올 대선에서는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고칠지가 핵심 이슈가 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차기 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기회가 왔는데도 개혁을 못 한다면 우리의 희망에 찬 미래는 결코 없다.
어느 대권주자는 대중의 분노로 작두를 타선 안된다고 포플리즘에 편승한 정치행태를 경계했다. 강력한 자기 리더십과 통치력을 주문한 것일 게다.
난세에는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해야한다. 난세의 상황에서는 새로운 창업을 위해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사명취실(捨名取實)에 초점을 맞추고, 치세의 상황에서는 실리 대신 명분을 중시하는 사실취명(捨實取名)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정관정요는 전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하면 천하를 거머쥘 수 없고, 설령 천하를 쥔다고 해도 민심이반으로 이내 무너지고 만다.
나무가 무성히 자랄 것을 바라는 자는 반드시 그 뿌리를 견고히 하고, 물을 멀리까지 보내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샘의 근원을 깊게 하고, 나라의 안녕을 생각하는 자는 반드시 그 덕을 쌓는다고 옛 성현들은 말하고 있다.
구랍 15일에 있은 국가정책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위기 극복의 최우선 과제로 ‘협치의 리더십’을 통한 ‘융·복합적 내진 설계’의 구축을 강조했다. “단순히 컨트롤 타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컨트롤타워를 이끌어 갈 협치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분야별로 조각조각난 내진 설계가 아니라 민관과 정치권 모두를 아울러 설득하고 조정하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 라고 주장했다.
어떤 정권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 즉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상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
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조용한 혁신과 개선이어야 한다. 국익이 걸린 문제들을 거칠고 조급하게 일상실혐 하려 해서는 국운의 쇠락을 막기 어렵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눈과 실용적인 정책개발로 국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유년 새해에 현대일보 임직원들은 권력의 일탈을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소통시킴은 물론, 시의를 놓치지 않는 중심 가치를 세우려 한다.


권 오 륜

본보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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